당신의 사정을 이해할 때
이 드라마는 캐스팅이 특이해요. 아이유가 1인 2역을 하거든요.
51년 생 오애순과 그의 딸인 69년생 양금명 두 역할 모두 아이유가 맡고 있어요.
드라마는 두 시대를 넘나드는 데, 60~7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할 때는 아이유가 오애순(엄마의 어릴 적)을 연기하고, 9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할 때는 문소리가 오애순 역할을 하고, 아이유가 양금명(딸)을 연기하죠.
처음에는 헷갈리게 왜 굳이 이런 캐스팅을 했을까 싶었는데, 순대를 입에 넣고 눈물을 참으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엄마 오애순은 어릴 때(아이유) 너무 궁핍하게 살았어요. 부모를 모두 잃고 오갈 때 없던 시기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들 먹일 쌀이 없어 눈물짓던 시절도 있었죠. 더 안타까운 건 오애순이 총명한 아이였다는 거예요. 시를 써 백일장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부급장이 되기도 하죠. 시인이 되고 싶어 대학교에 들어가려는 꿈이 있기도 했죠. 하지만 60~70년대 제주에서 여자아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도 부모 모두를 잃고 살아간다는 것은 꿈은 커녕 그저 살아남는 것도 불가능할 것처럼 만들었어요. 그럼에도 자신의 자식들만은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겠노라고 생각하죠.
시간은 현재로 돌아와 딸 금명(아이유)의 허름한 자취방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애순(문소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금명한테는 안 좋은 일이 있었었요. 없이 커서 성격이 모났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때 신발을 왜 이렇게 많이 샀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요. 금명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말해버리죠.
"어릴 때 없이 커서 지금이라도 많이 사고 싶은가 보지"
이 장면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비수가 될지 저는 봤으니까요. 아이유의 얼굴을 한 엄마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 그리고 그 가난에서 벗어나게끔 해주고자 눈물 흘렸던 모습을 봤으니까요. 마치 본인이 본인에게 비수를 던지는 모습처럼 보였어요. (다행히 이 드라마는 뻔하게 흘러가지는 않아요. 이런 장면도 꽤나 덤덤하게 넘기고 다시 나아가죠.)
동시에 부모님과 떡볶이를 먹을 때가 떠올랐어요. 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 적이 있나?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가장 서러웠는지, 기뻤는지, 그들의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닐 때, 그러니까 본인들이 주인공일 때의 이야기를 물어본 적이 있나 싶었어요. 무심코 내뱉은 말이 깊은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어쩌면 '어른이니까', '부모님이니까'라는 말로 한 인간을 뭉뚱그려 생각한 거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어요.
제 마음을 쿡쿡 찌르던 것의 정체는 애써 외면했던 다른 사람의 사정, 특히 내 부모님의 사정과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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