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의 문장]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미라 엘 우아실 / 원더박스
• [프레임워크] 작년 한 해, 실패한 것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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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가 꼽은 '2023년 올해의 책' 중 하나에요.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관심있는 주제라 바로 구매를 했는데요.
(사실 '2024년 올해의 책' 인줄 알고 샀어요) 

어쨌든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며, 이야기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깊이있게 다룬 책이라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는데요.

우리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듣기보다는 말하는 데 치중하게 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나와 다른 의견은 내가 구축한 나만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불편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새로운 것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는, 파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세계가 더욱 풍성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저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 만들면서 더 넓고 입체적인 세계관을 가지는 것이에요. 다른 의견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요. 

[이동진 평론가의 2023 올해의 책]

몇 년 전,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지난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진다는 것은 잘 살았다는 증거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했기 때문에 옛날에 했던 생각들, 말들, 행동이 부끄러워진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느껴지는 이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성장의 증거라고 믿으며, 한 해를 톺아보려고 해요. 

먼저 실패한 것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패는 외면하고 싶은 것이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증거이고, 그 시도에는 저의 생각과 고민이 담겨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도 숨어있을 거고요.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세 개를 꼽아봤어요.

실패한 것 1. <시간 기록>

왜 시도했냐면요....

작년 초, 새해 다짐으로 일상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어요.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시간 활용에 대한 통제감을 가지기 위해 제가 하루에 무엇을 얼마나 하며 보내는지 세세하게 파악해 보기로 했죠.

무엇을, 어떻게 했냐면요...

제가 시도한 건 시간을 기록하는 거였어요. 우선 활동의 카테고리를 4개 - 일, 사이드 프로젝트, 자기계발(주로 독서), 휴식 - 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지 기록하는 거였죠. 

사실 이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는데요. 2022년에도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서 시간을 기록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활동을 7개로 구분했었고, 24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했어요. 하지만 스프레드시트에 기록을 하려니 접근성이 떨어졌고, 모든 행동을 기록하려니 지나치게 번거로웠어요. 그리고 30분 단위로 기록을 하다 보니 경계가 애매한 것들이 있었죠. (예를 들어 15분만 한 건 어떻게 기록할지 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1) 활동의 수를 7개에서 4개로 줄였고,

2) ATracker라는 앱을 활용해서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애플워치로 연동이 돼서 즉각적으로 기록을 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애플워치 앱에서 '자기계발' 활동을 시작하는 거죠.

3) 그리고 24시간을 다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4가지 활동을 하는 시간에만 기록을 했어요. 그럼 기록이 있는 시간은 '생산적인 시간' 기록이 없는 시간은 '비생산적인 시간'으로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죠.

그 결과는...

'지속불가'였습니다.

6개월간은 성실하게 기록을 했어요. 기록을 하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기서 휴식이란 input과 output없이 뇌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이렇게 트래킹을 하는 것은 (언제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정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유연성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시간 기록을 보며 스스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서 자신의 하루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죠.

하지만 6개월이 한계였어요.

앱을 활용하기도 하고, 활동의 가짓수를 줄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록을 잊는 날이 많았고, 나중에 한꺼번에 기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특히 야근이 많아지는 경우엔 습관이 크게 흐트러지곤 했어요.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기록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방법인 것 같아요.

1년간 지속을 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생활패턴을 파악하고 개선의 시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어요. 2~3개월 정도 자신의 하루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에요. 

무엇을 배웠냐면요...

• 모든 것을 일일이 기록하며 추적하는 것보단, 중요한 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독서를 할 때마다 시간을 재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에선 무조건 책을 읽는다'는 식으로 말이죠.
•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는데, 이걸 줄이기보다 다 하기 위해서 시간의 효율을 올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실패한 것 2. <기타(Guitar)>

왜 시도했냐면요....

회사에서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극심한 야근이 사라졌던 것뿐인데 여유가 생겼다고 느낀 것이죠. 야근이 자리했던 시간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쉼 대신 취미 활동을 새롭게 추가했어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기타는 제가 어렸을 때 조금 쳤다가 그만뒀던 악기라 다른 악기에 비해 금방 시작할 수 있고, 옛날에 중간에 포기했던 것에 대한 미련이 있었어요. 거기다 최근 재즈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타를 치기로 결심한 거죠. 그리고 충동적으로 기타를 구매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했냐면요...

제가 기존에 하고 있던 것들 - 달리기, 헬스, 브런치 글쓰기, 뉴스레터 작성, 책 읽기, 사진 편집 등 - 에 들어가는 시간을 정리한 뒤에 빈 틈을 찾아냈어요. 1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고, 주말에 2~3시간 연습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이 정도면 조금 무리긴 하지만 시간을 꽉꽉 채워서 알차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는...

한 달가량은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하지만 연말이 되면서 야근이 다시 잦아지기 시작했고, 약속도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기타를 치겠다고 결심했던 당시의 여유 시간이 사라졌고, 기타를 치기 위해선 기존에 하던 활동들을 덜 하거나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기타에 대한 열정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유튜브 보는 시간을 더 줄였다면 가능했을지도요?)

무엇을 배웠냐면요...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의 가치를 새삼 느꼈어요. 휴식 시간을 줄이고, 모든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잡았었는데요. 빈틈, 붕 뜨는 시간을 꽉 채우려는 조바심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 빈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줄 아는 것도 필요한데 말이죠.
• 연주가 휴식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잘 칠 때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배우는 단계는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고통의 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결국에는 욕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타... 아예 포기한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에선 한동안 미뤄둬야겠어요.

실패한 것 3. <대학원 진학>

왜 시도했냐면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지금 하는 브랜딩 일과 시너지가 크게 날 것 같았죠. 그래서 특수 대학원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엄청난 학비의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이 배우기에는 적기라고 생각했죠.

무엇을, 어떻게 했냐면요...

작년 상반기 모집에 지원을 했어요. 그런데 지원 시기에 회사 업무량이 늘며 준비할 시간이 조금 부족함을 느꼈죠. 하지만 특수 대학원이라는 특성상 합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필수는 아니었지만 권장되는 추천서를 받지 않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도 최대한 무난하고 평이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떨어질 빌미를 안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탈락이었어요.

면접 당일에 보니 경쟁률이 어림잡아도 4대 1이 넘었고, 생각보다 지원자들이 더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떨어지고 나니 참 안일한 마음가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원을 할 때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을 보고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특수 대학원은 돈 내면 들어가는 곳이다.', '열심히 준비할 필요 없다.' 같은 것들이요. 그런 글들이 대학원을 지원해보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쓴 글일 거라 짐작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일 지도 모르겠어요.

무엇을 배웠냐면요...

•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무엇을 준비하든 후회가 안 남게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그리고 남들은 책임져주지 않는다. 떠도는 말들, 주변의 이야기는 잘 거를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모르고 하는 말이 대부분이거나, 뒤에 숨은 노력을 숨기는 말들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결국 선택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작년 한 해 동안 성공했던 것에 대해 돌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