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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바깥 읽기> 의 첫 페이지에 있는 문장이에요.

이 책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 년에 걸쳐 일상 속 모습을 일기의 형식으로 남긴 작품인데요. 작가는 수 많은 일상의 모습 중에서 무엇을 기록하는지에 자신의 정체성이 반영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는 부부와 주인의 친근한 대화, 식당에서 동화책의 문장을 큰소리로 반복해서 읽다가 흥분해 소리치는 어린아이, 지하철에서 손톱을 깎는 무례한 남자와 그를 모른체 하는 승객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에서 자신의 숨은 정체성이 드러나는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요. 

자아는 우리 안에 있다고 여겨지지만, 실은 내가 보고 듣는 것, 나의 눈에 띄는 것이 결국 나라는 자아를 만들어내고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새 해가 되면 으레 하는 것이 있죠. 새해 계획 세우기.

하지만 그 계획들이 실현되는 경우는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일 거예요. 

계획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라곤 하지만 하기로 한 일을 못 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누적될 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죠. 

지속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나름의 방법을 발견했는데요. 오늘은 계획한 일을 한 해 동안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1. 계획 이전에 기획하기

계획을 세우기 전에 기획이 선행되어야 해요. 지난 글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계획과 기획의 차이는 'how'와 'why'의 차이예요.

계획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것이라면, 기획은 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를 말해요.

계획을 세울 때 기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 방안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그 목표에 대한 필요성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토익 900점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

계획은 매일 단어 20개 외우기, 문법책 5 회독하기, 아침마다 영어 리스닝 하기 등이 세워질 수 있겠죠.

계획을 몇 달을 매일같이 묵묵히 실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매일같이 의욕 저하와 의심과 마주합니다.

"꼭 900점을 받아야 하나, 800점이면 안 되나?"

"하루 정도는 건너뛰어도 되지 않을까?"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마음이 흔들릴 때, 그 목표를 세운 이유가 명확하다면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왜 토익 900점을 달성해야 하는가?'

만약 그 이유가, 

"요즘에 900점은 다 따는 것 같아서"

"800점 대보다는 나아 보여서"

"그냥..."

이라면 중간에 포기하거나 마음이 약해지기 쉬울 거예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업에 합격한 사람들의 평균 토익 점수를 보니 900점 이상이라서"

"900점 이상 받으면 수강료 환급이 되어서"

등이 이유라면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따라서 계획을 세울 땐, 목표를 세우는 데 70%의 시간을 할애해서 나에게 이 목표가 꼭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 이후에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지속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2.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저는 계획을 세울 때 너무 세부적인 것까지 한 번에 세우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연초에 새해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19시~20시 식사

20시~22시 공부

22시~23시 독서

이렇게요.

사실 이런 계획은 무조건 틀어지기 마련이에요.

회사원이라면 퇴근시간이 확실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4~5개월 후에 직무가 바뀌어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할 수도 있죠.

연간 계획을 너무 세세하게 세우는 것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자, 의욕을 잃게 만드는 것이에요.

장기 계획은 큰 목표에 집중해야 해요.

적은 수의 큰 목표를 세우고, 마감 기한을 세우는 것이 좋아요.

3.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

목표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설정할수록 좋아요.

예를 들어 

'매일 2시간 독서'

같은 계획은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왜냐면, 2시간씩 독서를 해서 얻어지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 있고,

눈이 보이는 성과가 없어 만족감과 보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람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어요.

정신력의 문제이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예요.

인간은 행동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처럼,

어떤 일을 충실히 수행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 행동을 이어가게 하는 강한 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면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설정해야 해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독서를 한다면 독후감을 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기는 것도 큰 보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4. 욕심 버리기

저는 계획을 세울 때 항상 욕심이 너무 많았는데요.

예를 들면 스페인어 공부, 데이터 분석 공부, 자격증 취득, 책 50권 읽기를 한 해에 다 계획하기도 했어요.

결국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다가 하나도 끝내지 못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과감하게 포기를 했던 한 해는 달랐어요.

저한테는 2020년이 그런 한 해였는데요.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나머지 목표는 '기타'로 취급하고 여유 시간에만 시간을 할애했어요.

결국 2020년은 새해 계획을 달성한 한 해가 되었죠.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는 것은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

매 번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시간과 에너지 절약)

에서 효과적이에요.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그 많은 것 중에 한 가지를 고르는 일이 계획 세우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눈에 보이게 하기

위에서 이야기한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와 비슷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눈에 보이게 하기'는 루틴한 목표를 시각적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달라요.

예를 들어, 저의 목표 중 ADsP 자격증 따기를 이루기 위해선 통계학 공부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이 통계학 공부가 제대로 하자면 학부 4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고, 독학을 하자니 얼마나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은 온라인 강의(mooc)와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동기부여가 많이 떨어졌어요.

이때 사용한 것이 '눈에 보이게 하기'에요.

하루 목표 달성 여부를 표시하는 달력과 스티커를 사서 눈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뒀어요.

목표는 '하루 2시간 통계 공부하기'.

그냥 했더라면 지속하기 힘들었겠지만 매일 스티커를 붙이니 일주일에 5일, 목표한 만큼 공부하면 뿌듯했고, 원하는 일수를 채우지 못한 주에는 다음 주를 위한 자극을 받았어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정성스럽게 스티커를 붙이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는 그 과정이 눈에 보이게 해서 동기부여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었어요.

6. 진행 상황 체크하기

메모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쓰고 나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글을 쓰기만 하고 보지 않으면 어차피 생각이 휘발되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새해 계획을 세우고 나서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게 중요해요.

한 해 계획은 큰 줄기를 잡는 것이에요.

큰 목표와, 마감기한, 대략적인 실행계획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세부적인 사항을 수정하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야 해요.

목표를 잊지 않게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7. 개인적인 경험

이때까지 적은 '지속 가능한 계획 세우는 법'은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에요.

2020년이 저에게는 중요한 기점이었는데요. 

2019년 초에 세운 계획과 2020년 초에 세운 계획,

2019년의 끝과 2020년의 끝은 너무도 다른 결과가 있었어요.

2019년,

목표를 세울 때 큰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얼핏 들은 정보를 가지고 목표를 세우고, 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걸 계속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고, 중간에 계속 마음을 바꿨어요.

더욱이 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에 대한 정보 찾기에도 게을렀기 때문에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양의 계획을 세웠죠.

또, 처음 계획을 세울 때 너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변수가 생기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어요.

2020년,

가장 큰 변화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연초에는 운전면허시험

중순에는 토익시험

중순~말에는 데이터 분석 공부에 매진했어요.

한 가지씩 목표를 달성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이 있었어요.

더욱이 매번 여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한 가지만 하면 되었기에 스트레스가 훨씬 덜했죠.

계획도 유연하게 세웠어요.

대략적으로 언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에는 얼마 큼의 노력이 드는지 파악했어요.

계획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세부사항을 수정했고,

연 계획을 기준으로 월간 계획, 주간 계획을 세웠어요.

목표 달성을 위해 루틴하게 해야 하는 일들은 달력에 달성 여부를 표시하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어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진행 상황을 표시해서 공부를 착실히 해나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했죠.

글을 마무리하며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의 의지에 너무 큰 부담을 주기보다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서 시스템적인 개선을 한다면 더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모두 목표한 바를 이루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