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외 호기심 많은 브랜드 컨설턴트가
보고 듣고 읽고 하고 느낀점을 공유합니다.🔥
영화, 책, 음악, 운동, 전시, 유튜브 콘텐츠 등
넓고 얕은 분야를 부유하며 얻은 영감을 전달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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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
- [이번 주의 문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구분하는 오만함에 대하여
- [음악 추천] <Don't Be so Serious> - Low R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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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감을 줄, 이번 주의 문장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문제들과 함께 숨쉬는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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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해답을 얻고자 서두르지 말라.
문제에 대한 해답은
문제와 함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문제들과 함께 숨쉬는 것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한 말입니다.
추석엔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죠.
그만큼 서로 다른 생각과 습관이 충돌할 일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 다름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각자의 정답이 있는 것이겠죠.
그러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예민해지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그 다름과 함께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박자 쉬어가면 더 즐거운 추석 연휴가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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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구분하는 오만함에 대하여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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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총장이자 자신의 연구 분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
이 과학자는 어떻게 히틀러보다 먼저 우생학의 신봉자가 되었고, 미국에서 국가적으로 행해졌던 강제 불임술의 지지자이자 옹호자가 되었을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선 그의 확고한 신념을 살펴봐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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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분류학자였습니다.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는 대담한 도전을 이끌어가는 과학자였죠. 어렸을 때부터 식물의 학명을 익히며 자신이 본 꽃들의 정확한 분류군과 정확한 이름(해바라기가 아닌 헬리안투스 안누우스 처럼)을 알아내는 데 몰두했어요.
이런 경향은 하나의 확고한 목적의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자연에는 위계, 등급이 있고, 자신이 그것을 밝혀가야 한다는 믿음이었어요. 사실 이런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전해져 온 것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가 구상한 '신성한 사다리(Scala Naturae)'가 그것인데요, 꼭대기에는 인간이 있고, 이어서 동물, 곤충, 식물, 바위로 이어지는 연속체상이 존재한다는 개념이에요. 이 사다리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신성한 생물이고, 밑으로 갈수록 하등한 생물인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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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윈의 <종의 기원>을 만나며 데이비드는 목적의식은 한 층 강해졌어요. <종의 기원>에서는 생물종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고 퇴화한다는 개념을 이야기했죠. 그러니깐 인간도 잘못하면 '하등한' 생물로 퇴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에요.
데이비드는 결심합니다. 자신이 세상의 생물을 더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하등하고 고등한 생물의 특징을 밝혀내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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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특히 어류를 분류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어류학자로서 이때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존재하게끔' 만들었죠.(사실 그 물고기는 발견되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말이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평생 동안 세상을 탐험하며 그렇게 물고기들의 분류군을 정의하고 자신의 이름(Jordan)을 딴 학명을 만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에옵셋타 요르다니(Eopsetta jordani)'처럼 말이죠.
동시에 어류 내에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여러 사례를 만나기도 했어요. 데이비드는 멍게나 따개비 같은 한 자리에 고착되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한때는 물고기나 게처럼 더 높은 차원의 형태를 갖고 있었지만, 기생으로 자원을 획득해 온 결과 더 게으르고 더 약하고 더 단순하며 더 지능이 떨어지는 생명체로 퇴화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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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드는 물고기를 수집하러 여행을 다니는 동안 이탈리아의 아오스타(Aosta)라는 마을에 몇 차례 방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충격적인 것을 발견하죠.
아오스타는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모여사는 도시였습니다. 조던은 그곳을 "거위보다 지능이 낮고 돼지보다 품위가 떨어지는", "피조물들"이 들끓는 "진정한 공포의 공간"이라고 묘사했어요.
이후 데이비드는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우생학'을 옹호하는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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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강조하는 나치의 선전물 중 하나출처 : 비마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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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은 우생학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책과 강연을 통해서 우생학을 지지하고, 하등한 인간을 더 이상 태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 노력에 힘입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납니다. 강제 불임화, 그것도 미국이라는 공권력에 의해서 말이죠.
1907년, 인디애나주에서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를 법제화하며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합법화가 되었습니다. 2년 뒤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 법이 통과되었죠.
뿐만 아니라 20세기의 첫 다섯 미국 대통령은 우생학을 찬성했고,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버클리, 프린스턴 같은 명망 있는 대학에서 우생학을 가르쳤어요.
더 많은 주에서 강제 불임 수술이 합법화되었는데, 1933년과 1968년 사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여성 중 약 3분의 1이 미국 정부에 의해 불임화 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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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벅,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가 강제로 불임수술을 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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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해 자행되던 강제 불임화와 우생학에 대한 믿음이 막을 내린 것은 또 다른 과학자들의 이견과 회의론자들의 주장 덕분이었어요.
그 이견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생학이 근거하고 있는 <종의 기원>에서 나왔습니다.
다윈은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 주며", 자연재해에서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바로 '변이'를 뽑았습니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동질성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며,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종의 기원>은 변이와 다양성의 힘을 칭송하고 있는데, 우생학을 주장하는 이들과 데이비드는 이를 무시해 버린 거죠.
결국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구분하고, 열등한 것을 제거하여 우월한 것만 남기겠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오만함에 불과한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인 것이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죽을 때까지 우생학을 믿으며, 자신의 행동이 인류에게 옳았다고 믿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그의 오만함이 남긴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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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 말미에는 어류라는 분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계의 발견을 전합니다. 생긴 것이 비슷하고, 물속에 살기에 인간은 이들을 물고기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내장 기관과 기타 특질을 살펴보면 서로 전혀 다른 종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고기라는 분류 자체가 허상인 것이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분류학자에게는 좌절일 수도 있고, 또 과학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뉴스 제목 정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저에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야기한 것은 '속단하지 말 것'이었어요.
겉모습에, 혹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 것. 좋은 것과 나쁜 것,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 상식과 비상식을 쉽게 판단하지 말 것.
조금은 느릴지라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고, 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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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Be so Serious> - Low Ro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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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할 곡은 Low Roar의 <Don't Be so Serous>라는 곡입니다.
저는 이 음악을 게임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이라는 게임인데요. 온라인 게임이 아닌, 스토리가 중요한 싱글 게임이에요.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형의 게임이었기 때문이에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범지구적인 재해로 인해 해체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 사이에 물건을 배송하는 이야기에요.
덕분에 '쿠팡맨 게임'이라고도 불렸죠😅
이 게임이 특별했던 것은,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기 위한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었어요. 특히 사람과 사람의 연결하고, 또 일면식도 없는 플레이어끼리 네트워크를 통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독성이 있는 비를 피하는 쉘터를 만들어 비를 피하는 공간을 만들어 놓는다든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준다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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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게임을 하면서 상실된 공간에서도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게임 중간 중간 험한 지형을 걸을 때 나오는 이 노래가 새삼스럽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Don't Be So Serious.
혹여나 위안이 필요하시다면, 이 음악을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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